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표해시말(漂海詩末): 조선 시대 세계 여행자 문순득의 놀라운 표류기

by 지역사람 2024. 11. 30.
반응형

표해시말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기록한 문순득의 표류 경험담입니다. 이 책은 19세기 초 한 홍어장수가 3년 2개월 동안 일본, 필리핀, 중국을 거치며 겪은 모험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표류기를 넘어 당시 동아시아의 문화와 언어, 풍습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표해시말 책
@쿠팡

홍어장수 문순득 조선을 깨우다:조선 최초의 세계인 문순득 표류기, 북스토리, 서미경

표해시말의 주인공 문순득은 전라남도 신안군 우이도 출신의 평범한 홍어장수였습니다. 그의 인생은 1801년 12월, 흑산도 인근에서 홍어를 사 돌아오던 중 태풍을 만나면서 극적인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이때부터 시작된 그의 예기치 못한 여정은 동아시아 여러 나라를 거치며 3년 2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문순득의 표류 경로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당시 일본의 독립국이었던 유구국(琉球國), 즉 현재의 오키나와였습니다. 여기서 그는 8개월간 머물며 필담과 몸짓으로 현지인들과 소통했습니다. 유구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중국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오려던 중, 불행히도 다시 한 번 풍랑을 만나게 됩니다.

 

 

 

두 번째 표류로 문순득이 도착한 곳은 여송국(呂宋國), 즉 현재의 필리핀이었습니다. 1802년 11월 1일에 도착한 그는 이곳에서 현지 토속어를 익혀 소통하고, 심지어 청나라 표류인들과도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이는 문순득의 뛰어난 언어 습득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1803년 8월, 문순득은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카오(당시 광동 오문)로 향합니다. 이후 그는 중국 대륙을 1년 2개월에 걸쳐 이동하며 난징, 베이징 등을 거쳐 마침내 의주를 통해 조선으로 귀국하게 됩니다. 그의 긴 여정은 마침내 고향 우이도에서 끝을 맺게 됩니다.

 

 

 

표해시말의 가치는 단순히 문순득의 표류 경험을 기록했다는 점에만 있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문순득이 보고 듣고 체험한 일본, 필리핀, 중국의 풍속과 가옥, 의복, 선박, 토산물, 언어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히로시마대학의 다와타 교수는 표해시말에 기록된 류큐 사람들의 생활, 의복, 음식에 대한 기록이 민속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더불어 오키나와의 전통 장례식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정약전은 문순득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95쪽 분량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는 문순득을 '천초(天超)'라고 불렀는데, 이는 '하늘 아래 최초의 세계 여행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정약전의 제자였던 이강회(1774~1830)가 그의 문집인 유암총서(流庵叢書)에 이 기록을 실어 후대에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문순득의 표류 사실이 당시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마카오의 청나라 관리 기록에도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문순득의 표류가 단순한 개인사가 아닌, 국제적인 사건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귀국 후 문순득의 경험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었습니다. 그는 제주도에 표류해온 필리핀 난민들의 통역을 맡아 그들의 송환을 도왔습니다. 심지어 9년이나 지난 후에야 필리핀 사람으로 밝혀진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순득은 종2품 가선대부(嘉善大夫)의 공명첩(空名帖)을 하사받았습니다.

 

 

 

표해시말은 단순한 표류기를 넘어 19세기 초 동아시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 자료입니다. 문순득의 경험은 조선의 쇄국정책 하에서 세계를 경험한 특별한 사례로, 당시의 국제 정세와 문화 교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또한 그의 언어 습득 능력과 외교적 활동은 조선의 국제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날에도 표해시말의 가치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역사학자들과 민속학자들에게 중요한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문순득의 후손들에게는 소중한 가보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개방적인 사고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린 자세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결국 표해시말은 단순한 표류기를 넘어, 한 개인의 놀라운 경험을 통해 19세기 초 동아시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적, 문화적 자료입니다. 문순득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유산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