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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나루터 지도: 사라진 나루터의 흔적을 걷다

by 지역사람 2025. 6. 9.

마포나루, 노량진나루 등 서울의 옛 나루터는 어떻게 사라졌을까? 그 흔적과 지명의 역사적 의미를 따라가는 도시 공간 탐방. 

오늘날의 서울을 떠올릴 때 우리는 고층 빌딩, 복잡한 지하철,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로 가득한 도시 이미지를 먼저 그리게 된다. 하지만 이 거대한 수도도 한때는 강과 나루터가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였다. 특히 한강을 끼고 있던 서울에는 수많은 나루터가 있었고, 그곳은 지역 경제의 핵심이자 서울과 전국을 잇는 중요한 결절점이었다.

글자가 제거된 서울 한강 주변의 나루터를 묘사한 빈티지 스타일 지도 일러스트, 나룻배와 조선시대 인물이 등장하며 고지도 느낌을 살린 구성
한강

이 블로그 포스트에서는 서울에 있었던 주요 나루터들의 이름과 위치, 기능을 살펴보고, 그 흔적이 오늘날 도시공간에서 어떻게 남아있는지를 조망한다. 사라졌지만 이름으로, 지형으로, 혹은 역사 기록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서울의 나루터를 따라가보자.

 

 

조선시대 서울의 대표 나루터 지도

조선시대 한성부 주변에는 수십 개의 나루터가 있었고, 이들은 단순한 선착장을 넘어선 교통·물류의 거점이었다. 다음은 대표적인 나루터와 그 위치이다:

  • 마포나루 – 현재의 마포구 마포동 일대. 황해도·강화도·김포 등 서해안 지방과 연결되는 곡물 수송의 중심지.
  • 노량진나루 – 동작구 노량진동. 충청도, 경기남부와 연결되는 주요 관문으로 도성 출입의 요지.
  • 광나루 – 광진구 광장동. 강원도, 양평 방면과 연결되어 동북권 곡물과 특산물 운반의 허브 역할.
  • 서빙고나루 – 용산구 서빙고동. 경복궁의 얼음 창고와 연결되어 '빙고(氷庫)' 기능 수행.
  • 송파나루 – 송파구 석촌동 근처. 한강을 건너 경기 남부로 향하는 나루로, 문화재 기록에도 빈번히 등장.

이 외에도 밤섬나루, 양화진나루, 한강진나루 등 다양한 소규모 나루가 존재했다.

 

 

나루터는 단순한 선착장이 아니었다

나루터는 배가 오가는 선착장을 넘어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 그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장터가 형성되었고, 주막과 여인숙, 마구간 등이 발달했다. 곡물세(세곡)를 실은 배가 모여드는 곳이었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과 연결되며 도심의 소비망과도 맞물려 있었다.

 

이러한 나루터는 ‘이동하는 마을’이자, ‘거래의 플랫폼’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서민들이 모이는 정치적 토론 공간으로도 기능했으며, 민중의 소식이 교류되는 정보망 역할도 수행했다.

나루터의 쇠퇴와 교통 체계의 변화

19세기 말 이후, 철도와 도로의 개통은 나루터 중심의 물류 체계를 점차 대체하기 시작했다. 경인선(1899년), 경부선(1905년) 등의 철도는 한강 이남과 북을 직접 연결했고, 이후 한강 다리가 건설되면서 수상 교통은 완전히 밀려났다.

 

특히 일제강점기 이후 본격적인 도로망 확장과 도시화는 나루터의 소멸을 가속화시켰다. 1970년대의 ‘한강종합개발계획’은 제방 건설, 준설, 매립을 통해 많은 옛 나루터 지형을 완전히 변화시켰고, 그 흔적은 도시 지명에만 남게 되었다.

 

 

오늘날 도시공간에 남은 나루터의 흔적

나루터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 이름은 여전히 도시의 일부로 살아 있다. 예를 들어:

  • 마포나루공원 –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 내에 조성된 역사 재현 공간으로 과거 마포나루를 기념.
  • 노량진역, 노량진수산시장 – 옛 노량진나루의 위치를 계승하며 이름이 유지됨.
  • 광나루로, 광장동 – 옛 광나루의 위치를 기념한 도로와 행정동 이름.
  • 서빙고역 – 서빙고나루와 얼음창고의 기능을 반영한 지명.

이 외에도 송파구 일대의 ‘송파나루역’, ‘풍납나루길’ 등의 명칭에서 예전 나루터의 기억을 엿볼 수 있다.

 

 

맺으며: 사라졌지만 지명으로 살아 있는 공간

나루터는 단순한 교통의 요소가 아닌,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 핵심 공간이었다. 그 기능은 사라졌지만, 지명은 여전히 그 땅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도시를 걸을 때 무심코 지나치는 거리 이름 속에서 과거의 물결 소리와 배삯을 흥정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상상해볼 수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지명은 시간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역사책이다. 다음에 광나루역을 지나거나 마포에서 산책할 때, 그 이름 속에 담긴 과거의 강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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