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의 「석호리」 원문, 해석, 주제, 현대적 의미까지 풀어낸 작품 해설.
「석호리(石壕吏)」는 두보(杜甫)가 안녹산의 난 이후 피난 중 석호라는 마을에서 겪은 참상을 기록한 시입니다. 『삼리(三吏)』(석호리·신안리·동관리) 중 하나로, 전란 속 민중의 고통을 고발하는 걸작으로 꼽힙니다.
원문 (한문)
暮投石壕村,有吏夜捉人。
老翁逾牆走,老妇出門看。
吏呼一何怒,婦啼一何苦。
聽婦前致詞,三男鄴城戍。
一男附書至,二男新戰死。
存者且偸生,死者長已矣。
室中更無人,惟有乳下孫。
孫有母未去,出入無完裙。
老妾力雖衰,請從吏夜行。

현대어 해석
저녁 무렵 석호 마을에 당도하니
관리들이 밤중에 징집할 사람을 잡는다.
노인은 담을 넘어 달아나고
노파는 문 밖으로 나와 바라본다.
관리는 고함을 치며 화를 내고
노파는 울며 슬픔을 호소한다.
노파가 말하길
“세 아들은 모두 업성에 주둔했고,
한 아들은 소식이 오고,
두 아들은 새로 전사했습니다.
남은 자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죽은 자는 돌아올 길이 없지요.
집 안에는 사람도 없고
겨우 젖먹이 손자 하나뿐입니다.
손자의 어미는 아직 떠나지 않았으나
들락날락 누더기 옷을 걸쳤을 뿐입니다.
늙은 저는 비록 힘이 약하나
관리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주제와 의의
- 전쟁이 빚어낸 민중의 고통과 비참함
- 정부와 관리들의 폭력적 징집 비판
- 노파의 절절한 호소와 모성애 강조
- 시적 화자의 관찰자로서의 입장, 비극적 묘사
두보는 이 시에서 과장이나 상징을 사용하지 않고, 눈앞에서 벌어진 사실을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두보는 ‘시사(詩史, 시로 쓴 역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고, 후세의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현대적 의미
오늘날 「석호리」는 전쟁·폭력·인권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고전으로, 문학과 교육 현장에서 여전히 강한 울림을 줍니다.
결론
「석호리」는 시대를 초월해 전쟁 속 민중의 고통을 절절히 전하는 작품입니다. 두보는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인간 보편의 아픔을 노래하며 ‘시성(詩聖)’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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